“1970년대인가 저 위 미군부대에서 우리 집 바로 옆에 지하수 관정을 박은 거야. 이렇게 굵은 쇠파이프를 얼마나 깊이 때려 박았는지 물이 아주 콸콸콸콸 쏟아지는데 무슨 암반 속까지 뚫었다나 봐. 그래가지고 미군들이 그 물을 자기네 물탱크로 끌어올렸는데 글쎄 동네 우물이 아주 바짝 말라버린 거야. 결국 미군들한테 사정을 해 물을 얻어 먹었다니까.”
조리읍 뇌조리 조산말에 살고 있는 주민 장 아무개(82) 씨의 기억이다.
지금도 이 마을에는 캠프 하우즈에 물을 퍼 올렸던 취수장이 철책 울타리 안에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소유권은 개인이 경매를 받았다고 한다.
캠프 하우즈는 한국전쟁과 함께 조리읍 봉일천리에 미2사단 소속 공병여단으로 자리 잡았다. 사단장 집무실이 이곳에 있어 사단이라고 불렸고, 버스 정류장 이름도 ‘사단 앞’으로 붙여졌다.
캠프 하우즈 산꼭대기에는 물탱크가 있다. 이 물탱크가 세워지기 전에는 조리읍 민발이(조리농협주유소) 개울 옆 취수장에서 물을 실어다 먹었다. 한진그룹 고 조양호 회장의 부친이 물차를 운영했다.
캠프 하우즈는 이후 물탱크를 만들어 공릉(파주삼릉)에 지하수 관정을 박았다. 이 바람에 봉일천 일대 우물이 말랐다. 주민들이 부대장을 찾아가 항의했다. 미군은 공릉 지하수를 포기하고 산 너머 마을 세 군데에 지하수를 팠다. 이곳 우물도 바짝 말랐다. 이 마을 사람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다.
주민들과 물 전쟁을 벌였던 미군 물탱크는 1990년 상수도가 공급되면서 다소 기능이 줄어들었다가 파주시가 정수한 물을 재소독해 사용하겠다는 미군의 방침에 따라 2001년 열처리 방식의 물탱크로 보강됐다. 현재 물탱크 높이는 24m, 둘레 26m, 용량 1,400톤의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물탱크가 파주시의 평화공원 조성 계획에 어떤 역사적 의미로 재탄생될 것인지 시민들의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