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이 왜 자살했나요?” 유족들, 직장 내 괴롭힘 주장

2020.09.27 21:59:37

골프장 캐디로 근무하던 2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해 유가족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며 골프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회사 측은 영업장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명백한 영업 방해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법원읍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배 아무개(27) 여성이 지난 9월 16일 법원읍의 한 모텔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은 채 숨져 있는 것을 이날 오후 2시 30분께 모텔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자살로 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유가족은 배 씨가 쓴 일기와 가족을 비롯 동료 직원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를 살펴보면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내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동료 직원의 증언도 있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배 씨의 친언니 배윤주(35) 씨는 8월 29일 골프장에서 관리하는 직원 인터넷게시판에 동생 배 씨가 ‘캡틴님께’라는 호소의 글을 올렸는데도 회사가 이에 대해 상담이나 조사를 하지 않고 20분 만에 삭제를 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 이 글의 끝 문장에는 “이렇게 저를 밑바닥까지 망가뜨려 주신 건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적혀 있다.



캐디 배 아무개 씨가 게시판에 올린 호소문은 다음과 같다.

00님께
퇴사하는 입장이라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것 아닙니다. 캡틴님 저 재입사 시켜주신 것 지금까지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들리는 캡틴님 욕에 대해서도 저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왔어요. 솔직히 저 잘해 보고 싶어서 마음 다잡고 올라온 겁니다. 근데 000께서 00님이 되어 있더라구요.


네 물론 제가 다시 와서 잘한 부분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실수를 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저는 그저 죄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왜 제가 엄청 착하고 여리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기숙사 문제 때도 저보고 왜 자꾸 실망을 시키냐고 하셨죠.


00님, 사람 말을 다 들어봤으면 저한테도 그랬듯이 개인 감정이나 저 얕보는 감정 표출하시면 안 되죠. 저희한테 항상 그렇게 말씀하시잖아요. 개인 감정 때문에 일하는 것에 피해가지 않게 하라고…


그런데 있잖아요. 오늘 00 기분좋더라? 왠일이지? 오늘 00 기분 별론 거 같은데 괜히 건드리지 말자. 이게 저희 주 대화 내용이에요. 아셨어요?


00언니
제발 사람들 간에 개인 감정 넣어서 치우치지 마시길바래요. 불합리한 상황에 누군가 얘기를 한다면 제발 좀 들어주세요. 캐디인 저희를 총괄하는 사람은 00님이에요. 얕봐도 되겠다. 어리니까 아니 어리지만 할 말 다하는 애들이 있네 그런 애들은 덜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발요 사람들 다 감정있구요. 출근해서 제발 사람들 괴롭히지 마세요. 그리고 같은 상황에서 무전도 차별화해서 하지마요.


저 재입사 받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이렇게 저를 밑바닥까지 망가뜨려 주신 건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러나 게시판의 이 호소문은 20여 분 만에 삭제됐다. 그리고 이 글을 올린 배 아무개 캐디는 게시판에서 강퇴됐다. 당시 회사가 동생의 이런 고충을 귀담아듣고 상담이라도 해줬으면 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게 친언니 배윤주 씨의 아쉬움이다.


 골프장 앞에서 친언니 배윤주 씨의 1인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자 27일 오전 회사의 한 관계자가 친언니를 찾아와 영업 방해를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배 씨는 동생이 숨진 지 열흘이 넘었는데 이제 겨우 찾아와서 위로는커녕 영업 방해를 들먹이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노했다. 회사 관계자는 취재진에게도 사진 촬영을 하지 말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파주시의회 이효숙 의원은 어떻게 회사의 직원이 숨졌는데 위로의 말은 건네지 않고 영업 방해만을 얘기할 수 있느냐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해 줄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골프장 경영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사장님한테 자체적으로 진상조사 할 것을 말씀드렸다. 조사해서 문제가 있으면 경찰에 고발조치를 할 계획이다. 여하튼 젊은 친구가 이런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저희도 유감이다. 최선을 다해 조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용남 기자 hj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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