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고통받은 해외입양인에 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해 사과한다는 그 말에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자치단체의 비협조를 감수하며 어렵게 제정한 ‘파주시 해외입양인 단체 지원 및 협력에 관한 조례’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기초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해외입양인 지원 조례를 이끌어낸 파주시의회 최창호 의원이 해외입양인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 주목받고 있다. 최 의원은 이 조례를 발의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시카고의 노스웨스턴대학이 주최한 ‘해외입양인 70년 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최 의원은 입양인 300여 명이 모인 컨퍼런스에서 “엄마품동산이 20여만 명 입양인들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파주시의회가 노력하고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파주시 해외입양인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고 이 자리에 참가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컨퍼런스를 마치고 돌아온 최창호 의원은 이익선, 이진아, 이혜정 의원과 함께 ‘파주시 해외입양인 단체 지원 및 협력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조례는 한국전쟁과 함께 파주 곳곳에 미군 기지촌이 형성되면서 달러벌이에 나선 기지촌 여성들과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아메라시안(American과 Asian의 합성어)과 일반 입양인 등 단체의 지원을 담았다. 조례 제3조는 시장의 책무로 해외입양인 단체의 지역경제, 사회, 문화 활동과 교류 협력 증진을 위한 각종 시책 수립을 규정하고 있다. 제4조 사업에는 ‘모국 방문과 친생부모 찾기 행정적 지원, 해외입양인 역사에 대한 조사, 파주 방문의 해 운영’ 등이 담겨 있다. 제5조 지원대상 및 지원 내용에는 ‘파주시와 친선 결연을 맺은 법인과 비영리단체 등에 예산의 범위에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해외입양인 지원 조례는 2018년 조리읍 봉일천리 반환 미군부대 캠프하우즈에 엄마품동산이 조성되면서 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최종환 전 파주시장은 2018년 9월 10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미앤코리아가 주최한 ‘한국의 미군기지촌 컨퍼런스’에서 해외입양인 지원 조례 제정을 강조했다. 당시 이 컨퍼런스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는 미군 기지촌과 혼혈입양인 문제, 그리고 미군 기지촌에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역사적 고찰 등을 다뤘다. 문화교육국 황수진 전 국장도 2020년 2월 미앤코리아와 미국 버클리대학이 주최한 해외입양인 컨퍼런스에서 엄마품동산 확장과 지원에 대한 제도적 마련이 절실하다고 발표했다.
최창호 의원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파주시의 상흔과 역사를 성찰하는 것은 이념과 사상, 정당의 정치적 논쟁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가슴으로 품어내는 실천적 행동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의 한국입양인들이 매년 파주를 찾아오거나 지난 6월 엄마품동산에서 열린 ‘2025 한국입양인 평화대축제’를 보면 자치단체가 약간의 시혜성 예산을 지원하는 것 외에 입양인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끌어안는 모습이 사실상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마당에 이재명 대통령께서 ‘아직 우리 말도 서툰 어린 나이에 이역만리 타국의 낯선 땅에 홀로 던져졌을 해외입양인들의 고통을 국가를 대표해 사과한다’는 말씀에 조례를 발의한 파주시의원으로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