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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먹거리가 천덕꾸러기가 된 세상인데요, 뭘...”



뼈 빠지게 농사지으면 뭐해요. 먹거리가 천덕꾸러기가 된 세상인데요. 아무리 편하고 좋은 세상이라고 한들 농산물이 대접을 받지 못하면 좋은 세상이 아니에요.”

밭에서 감자를 캐던 중 옛 쌀방앗간 설명을 부탁받고 달려온 주익환(78) 씨가 한 말이다.

 

 “여기 입구에 벼를 쏟아부으면 승강기 안에 바가지가 벼를 퍼 올려 도정이 시작되는데, 저쪽 뒤에 있는 바람구멍으로 쌀껍데기 왕겨가 벗겨져 나가고, 그 옆에 돌을 골라내는 석발기를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저기 저 마지막 통에서 반짝반짝하게 쌀에 광을 내면 하얀 쌀이 쏟아져 나오지요.”

 

 마지방앗간은 한국전쟁 때 서너 차례 피란을 반복하다가 1960년대 지어졌다. 식현리와 붙어 있는 이 마을에는 미군과 터키군이 주둔했었다. 방앗간에는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쇠바퀴 수십여 개에 크고 작은 피대(벨트)가 그대로 걸려 있다. 이 쇠바퀴를 움직이는 것은 손으로 시동을 거는 발동기였다. 지금은 버스 엔진으로 사용하고 있다.

 

 “발동기로 벼를 찧는 것보다 버스 엔진으로 찧는 것이 훨씬 쌀이 좋아요. 통통 퉁퉁거리는 발동기는 동력 전달이 불규칙해 쌀이 어느 때는 세게 부딪쳤다가 또 어느 때는 아주 느리게 회전해 쌀에 광도 잘 나지 않고 쌀 부스러기가 많이 나오고는 했거든요.”

 

 북파주에는 문을 닫은 전통방식의 쌀방앗간이 제법 남아 있다. 벼가 쌀이 되어 나오는 과정은 매우 섬세하다. 정부가 강제했던 7분도쌀 정책의 역사와 그에 따른 사연도 많다. 쌀껍질 왕겨는 거름과 땔감이 되고 잠자리 베갯속도 됐다. 쌀겨는 돼지, 소 등 가축의 훌륭한 먹이였다.

 

 쌀방앗간을 잘 다듬으면 교육 현장이 된다. 근대문화유산보전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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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사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파주시의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페쇄를 위한 여행길 걷기 행사가 30일 진행됐다. 참가자 대부분이 공무원이다. 참가자와 집결지 종사자들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 기동대가 땡볕에 열을 지어 서 있다. 검은 옷에 모자를 눌러 쓴 성노동자와 여성단체 회원들도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모두 고생이다. 경찰 무전기로 용주골 문화극장에 모여 있던 여행길 참가자 소식이 들려온다. 80명이 이동했다는 연락이다. 경찰 기동대 발소리와 함께 성노동자와 업주들도 긴장하기 시작한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갈곡천 연풍교를 지나는 모습이 가림막 틈 사이로 보인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집결지 안으로 들어온다. 참가자들은 “김경일 파주시장 때문에 연풍리 1-3구역 재개발의 희망이 무산됐다.”라는 내용의 펼침막 20여 개가 걸려 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참가자들은 성노동자 대기실인 유리방을 힐끗힐끗 들여다본다. 한 참가자는 유리방 안에 있는 빨간색 의자를 가리키며 “저기에 앉아 있는 건가 봐.”라며 호기심에 찬 손짓을 한다. 갈곡천 콘크리트 제방과 집결지 건물 사이의 그늘막을 벗어나자 한 참가자가 양산을 꺼내 쓰고 성노동자들을 구경하듯 쳐다보며 걷는다. 그러자 한 여성단체 활동가가 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