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허락된 언론사의 취재진 이외에는 취재를 삼가하라’는 파주시여성단체협의회 명의의 안내문이다. 이 안내문은 9월 2일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안에 있는 파주시의 성평등파주 건물에서 진행된 (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파주시지회의 ‘2025 양성평등주간’ 기념 행사장 출입문에 게시됐다. 파주시의 보조금을 받는 이 여성단체의 취재 제한 경고문은 비판적 언론의 취재를 막고 우호적인 언론 취재만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파주바른신문과 시민연합신문을 제외한 파주지역 언론 대부분이 침묵했다. 이날 김경일 파주시장과 파주시의회 박대성 의장이 이 출입문을 통해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파주시여성단체협의회는 왜 이러한 안내문을 붙였을까? 시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는지 언론의 감시를 받아야 할 단체가 언론 취재를 제한하는 안내문을 붙여 놓고 행사장 안에서는 평등을 얘기했다.
"지역 언론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민주주의가 삽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지역에서 비정상적 언론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겨레신문이 34년간 몸담았던 언론사를 떠나는 이영아(57) 고양신문 대표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이 대표는 마지막까지 지역과 언론 그리고 민주주의를 걱정했다.
이영아 대표는 34년 전 지역 신문사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정식 기자를 거쳐 발행인 겸 대표를 맡았다. 기업 경영 경험이 없던 그가 어떻게 고양신문을 지키고 키울 수 있었을까? 답은 시민이었다. 고양시는 대표적인 비판 언론인 고양신문 광고비를 전액 삭감했다. 다른 지역 언론사라면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타격이었지만 고양신문은 어려움 속에서도 버텨냈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수입 구조를 다양화한 덕이었다.
이 대표가 다른 지역 신문과의 담합을 거부했던 건 지역 언론에 대한 신념 때문이었다. 시민 중심의 언론 바로 그것이다. 고양시는 약 180개 언론사에 광고를 준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체 기사 없이 보도자료만 받아쓴다. 지자체가 공공예산으로 시민의 알권리를 막는 꼴이다. 이 대표는 “언론 자유의 본질은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자유가 아니라 시민의 알권리를 위한 자유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자료만 뿌리고 그걸 받아쓰는 매체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건 오히려 시민의 알권리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에 반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모두가 존중받는, 모두가 행복한 ‘성평등 파주’를 외치며 진행한 ‘2025 양성평등주간’ 기념 행사장의 취재진 제한 경고문과 이를 침묵하는 지역 언론을 보며 지역신문 1세대로서 부끄럽고 참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