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훈련장 확장 사업으로 마을 전체가 사라진 법원읍 오현리에 파주시의원의 마을 출입통제 펼침막이 내걸렸다. 2006년 때의 일이다. 주민들의 정치인 불신은 극에 달했다. 주민들의 400여 년 된 마을 지키기 호소를 정치인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무건리훈련장은 미군과 한국군이 함께 사용하는 1,000만 평 규모의 공용훈련장이다. 무건리훈련장 확장은 몇 차례 거듭됐다. 그때마다 마을이 사라졌다. 직천리 마을과 삼박골에 있던 직천초교가 인근 마을 오현리로 이전했다. 천연기념물 제286호인 물푸레나무는 훈련장 안에 그대로 남아 있으나 시민들의 접근은 어려운 상태다.
국가안보를 위해 이렇게 쫓겨난 마을 사람들과 오현리 마을 180여 가구는 훈련장이 또다시 확장되면서 법원읍 가야리로 이주했다. 주민들은 당시 무건리훈련장확장대책위를 만들어 저항했다. 목판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묘비를 지고 국방부 정문 앞에서 연일 집회 시위를 벌였다.
당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김용한 후보는 토론회에서 훈련장 확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파주지역 정치인은 주민의 편에 서지 않았다. 오히려 집회 현장에서 주민 50여 명이 파주경찰서로 연행됐는데도 파주시의회 의장은 주민 면담은커녕 오히려 컵라면 등 야식을 준비해 경찰을 격려했다.
파주는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미군부대 등이 반환됐으나 훈련장은 오히려 더 확장됐다. 1973년 미2사단에 공여된 진동면 스토리사격장은 총면적 215만 평 중 포탄이 떨어지는 피탄지가 80만 평이었으나 미8군으로 관리권이 넘어가면서 213만 평으로 늘어났다.
2002년 오키나와 주둔 미해병대가 훈련차량을 타고 파평면에서 적성 고개를 넘어가던 중 비룡부대 소속 노 아무개 장교가 몰던 승용차를 들이받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사고는 해외 원정 훈련에 의한 국가 간의 소파 적용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임진강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있는 미2사단 다그마노스전차훈련장은 1973년 공여됐다. 적성면 장좌리 주민들은 한국전쟁과 함께 피란길에 올랐으나 이후 미군훈련장이 되었다. 이 지역은 장자못, 호루고루성 남쪽 성터 등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고 파주시민의 식수원이라는 점에서 반환 요구가 거셌다.
결국 오현리 사람들은 마을을 떠났다. 그렇게 오현리를 외면했던 정치인과 지역 유지들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표를 달라고 한다. 정치는 표를 따라 오락가락 하는 것이 아니다. 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진심으로 다가갈 줄 알아야 한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미군훈련장 반환 공약을 기대한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