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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엄마품동산 벽화 연재를 마치며…

엄마품동산 벽화작업이 엿새 만에 끝났다. 새벽을 낮 삼아 콘크리트 벽과 힘겨루기했던  두 여성작가가 벽화 끄트머리에 자신들의 이름을 꾹꾹 눌러 새겼다. ‘Leah F. 김혜주’와 ‘Karen W. 이병숙’이다. 두 작가는 아직 만나지 못한 엄마의 젖가슴을 만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며 울먹였다.

 다음 날 작품을 오래 보존하기 위한 프라이머 코팅작업이 있었다. 벽화작업 내내 함께 고생했던 파주시청 관광과 KBI 주무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코팅작업을 해야 하는데 작가 이름인 ‘전혜주’가 ‘김혜주’로 잘못 써 있어 프라이머를 바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전혜주 작가는 네 살 때인 1984년 부산보육원에서 미국의 독일계 미국인 부부에게 친모의 성씨를 딴 전혜주로 입양됐고, 양부모는 ‘리아 포레스터(Leah Forester)’라는 미국식 이름을 지어줬다. 전 작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제가 잊으려고 노력했던 한국에서의 제 삶과 진실을 마주하기로 다짐했다. 남편 타일러는 제가 한국의 뿌리를 찾는 일에 관심을 갖게 했고, 아이들은 저에게 가족, 문화를 찾아볼 수 있게 용기와 힘을 주었다.” 그런 노력 끝에 자신의 친아버지가 김 씨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입양 당시의 한국 이름은 미국 생활에서 사용할 공간이 전혀 없는 터여서 그동안 가슴에만 남아 있었다.





 그러다 파주시민들로부터 입양인 전혜주 작가의 이름으로 초청받아 엄마품동산에 한국전쟁으로 만들어진 70년 된 콘크리트에 ‘꽃이 피어난다’는 뜻의 ‘Blossom’ 벽화를 남겼다. 전 작가는 평생 자신을 괴롭혔던 정체성을 고민하다 이 벽화에 아버지의 성 김씨를 넣어 김혜주를 완성했다.
 
 엄마품동산 벽화작업은 파주시청 한 부서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복지정책국이 해외입양인 지원 조례 제정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부서가 벽화작업을 추진하는 것은 파주시의 해외입양인 정책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해외입양인 업무를 맡아 온 관광과의 노력 끝에 페인트 구입 등 시설비가 세워졌다. 그러나 미국에서 오는 작가들의 항공료 등 체류비는 제공되지 않아 시민들이 항공권 구입과 숙박 등을 십시일반 지원했다.






 윤후덕 국회의원이 재외동포청을 움직였다. 벽화 제막식은 이상덕 재외동포청장, 김민철 재외동포청 교류협력국장, 이영근 재외동포협력센터 상근이사 등 뜻밖의 내빈과 김진기 파주부시장, 최창호 파주시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윤 의원은 벽화작업 5일 동안 네 차례 현장을 들러 작가들을 격려했다. 11월 2일 제막식을 마친 후에는 서울역으로 달려가 민주당 집회에 참여하고, 집회가 끝나는 대로 경의중앙선 전철을 타고 해외입양인들의 저녁식사에 참여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윤후덕 국회의원이 해외입양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1960년대 자신의 집에 같은 또래의 혼혈인이 엄마와 함께 살다가 입양을 떠난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미앤코리아는 제막식에 참석한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에게 2025년 6월에 해외입양인과 파주시민이 함께 어울리는 음악회와 입양기록 전시 등 ‘해외입양인 대축제’를 엄마품동산 일원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이 청장은 윤후덕 의원이 예산만 배정해 준다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해외입양인 대축제’는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등에서 ‘1박2일’, ‘열린음악회’, ‘진짜 사나이’, ‘쇼! 음악중심’ 등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 제작한 전문 PD들이 직접 연예인을 섭외하고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배우 차태현 씨가 사회자로 거론되고 있으며, 방송사 MBN도 ‘해외입양인 대축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국 최초로 제정된 해외입양인 지원 조례는 최창호 파주시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최 의원은 다섯 자녀 중 한 명을 입양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개최된 해외입양인 컨퍼런스에도 다녀왔다. 또한 기초지방단체 중 최초인 기지촌여성 지원 조례는 이효숙 전 파주시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이 조례는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문건에 (미군) 위안부로 기재돼 있는 기지촌 여성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효숙 의원은 조례를 발의하면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문산 자유시장에서 여성 속옷과 액세서리 등을 팔았다. 양색시라고 불렸던 기지촌 여성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덕분에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러니 기지촌 여성을 돕는 조례를 내가 제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이 지난 6월 파주의 맛집을 소개하는 ‘김경일의 파슐랭’을 발간했다. 여기에 소개된 맛집에는 무허가 음식점도 포함돼 있다. 이 책에서 김 시장은 자신을 ‘문산 자유시장 땅콩집 아들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굳이 자신을 땅콩집 아들로 표현한 까닭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유년시절의 어려움을 강조한 듯싶다. 그런데 먹고살기 어려웠던 그 시절에 누가 땅콩을 사먹었을까? 아마도 이효숙 의원이 팔았던 속옷과 액세서리처럼 땅콩도 미군을 상대하는 기지촌 술집이나 여성들이 주요 고객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한국여성과 미군병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아메라시안(혼혈인)이라고 부른다. 그 아메라시안 대부분이 아버지의 나라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파주시가 조성한 엄마품동산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문산 자유시장 땅콩집 아들 김경일 시장은 지난 5월 해외입양인의 모자이크 투어와 11월 벽화 제막식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문산 자유시장 그 땅콩은 누가 다 사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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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 인권침해 진정에 대한 파주시 입장문을 보며… 대추벌 성노동자모임 자작나무회가 18일 파주시의 강제 철거에 따른 인권침해를 호소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파주시는 곧바로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성매매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는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그런데 파주시가 입장문에서 언급한 2023년 국가인권위 발간 인권보도 참고 사례집에서는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 종사자나 여종업원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성매매가 마치 합법적 직업인 것처럼 간주될 위험이 있어 성매매피해자 등으로 표현할 것을 권고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인권위 권고는 표현에 따라 성매매가 합법적 직업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는 것이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침해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2010년 설립된 유엔여성기구는 “성매매와 성노동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이다. 유엔의 역할은 모든 여성이 폭력, 학대, 착취, 차별, 낙인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주거권 보장 없이 진행되는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철거에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정책 수립 과정에서 당사자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성노동과 성매매 정책은 반드시 해당 개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