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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해외입양인 쉼터 ‘엄마 품 동산’ 어떻게 시작됐나

한국전쟁과 함께 달러벌이에 내몰렸던 미군 위안부와 영문도 모른 채 외국으로 떠나야만 했던  입양인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엄마 품 동산’이 햇수로 5년 됐다. ‘엄마 품 동산’은 민선7기 최종환 시장이 취임하면서 문을 열었다. 최 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엄마 품 동산’은 현장사진연구소 이용남 사진가가 이재홍 파주시장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당시 자치단체장은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사진가는 이재홍 파주시장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사람들은 저를 반미 사진가로 부르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저는 어른이 되어서야 미국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분단된 조국하에서는 미국을 좋아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새누리당 소속의 자치단체장이 나의 제안을 선뜻 수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장님, 이는 이념과 정치 논리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휴머니즘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사진가는 또 “전쟁이라는 참담한 시기에 외국군대를 위해 기지촌이 형성됐듯이 그런 상황에서 기지촌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누이들도 우리 사회가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줘야 합니다. 그 이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득했다.



 파주시는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예산 10억 원을 편성하는 등 ‘엄마 품 동산’ 조성 사업을 빠르게 추진했다. 그러나 파주시의회 손희정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 의해 전액 삭감됐다. 새누리당 안명규, 김병수 의원이 민주당과 협상을 벌여 5억 원을 살려냈다.


 반쪽짜리 사업이 된 엄마 품 동산은 조리읍 봉일천리 반환 미군부대 캠프 하우즈 한구석에 가까스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엄마 품 동산은 경기도로부터 100억 원을 지원받는 마중물이 돼 그 예산으로 미군이 남기고 간 건물을 리모렐링 하는 등 금단의 땅이었던 미군부대에 평화와 평등이 스며드는  역사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1960년대 파주 곳곳에 형성된 미군 기지촌에서 달러벌이를 했던 이른바 미군 위안부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한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에 관한 조례’도 민주당 의원이 제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국민의힘 이효숙 의원이 발의했다.


 파주바른신문은 현장사진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당시 이재홍 시장에게 보냈던 이용남 사진가의 손편지를 소개한다. 이 손편지가 현장사진연구소에 남아 있게 된 이유는 편지를 다 쓴 후 만년필 뚜껑을 닫는 과정에서 잉크가 편지에 번지는 바람에 다시 써서 보냈기 때문이다.



이재홍 파주시장께
사진가 이용남입니다. 그동안은 언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오늘은 사진가로서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저는 파평면 장파리 기지촌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런 까닭에 기지촌에 대한 남다른 애증이 있습니다. 애정은 친구들과 미군 훈련을 따라다니며 빵, 우유, 초콜릿을 얻어 먹었던 추억이 그것일 터이고, 그 반대의 슬픔과 분노는 어른이 되어서야 느낄 수 있었던 내 친구 혼혈인과 그 어머니의 인생이었습니다.


시장님.
시장님도 그 어린시절 파평 두포리에 있었던 미군 쓰레기장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퀘퀘한 냄새와 연기 자욱한 그 산더미 쓰레기장을 쇠꼬챙이로 파헤쳐 먹거리를 찾아야만 했던 그 기억 말입니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불야성을 이루었던 마을 어귀와 골목골목에 길고 짧은 키가 어우러져 울고 웃었던 어린시절의 그 기억들을 겨우 어른이 되어서야 전쟁과 분단의 아픔이 우리에게 너무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시장님.
저는 그동안 기지촌 삶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어린시절 우리집 건넌방에는 이른바 양색시라고 불린 친구의 어머니가 세들어 있었습니다. 어떤 날에는 그 어머니가 미군에게 죽도록 얻어 맞는 광경도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같은 반에 흑인 친구가 서너 명 있었습니다. 아버지 나라 미국을 간다고 해서 친구들과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아 국수털레기를 해먹으며 이별의 아쉬움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혼혈인 친구를 미국으로 떠나보낸 어머니는 매일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다가 미군과 심하게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우리집 건넌방을 떠났습니다.



현재 파주시에는 노인이 된 미군 위안부(양색시)가 수백여 명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습니다. 수십여 차례 낙태수술 끝에 어렵게 얻은 혼혈인 자녀는 대부분 해외로 입양됐습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난 입양인이 미국에만 약 7만여 명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님께 의견을 드립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어머니와 해외의 입양인들이 함께 만나 위로 받을 수 있는 ‘엄마의 품 동산’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파주에는 반환 미군 공여지가 여러 곳 있습니다. 조리읍 봉일천에 있는 미군부대 캠프 하우즈를 이용하면 여러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저를 반미 사진가로 부르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저는 어른이 되어서야 미국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분단된 조국하에서는 미국을 좋아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이런 이유 때문에 새누리당 소속의 자치단체장이 나의 제안을 선뜻 수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장님, 이는 이념과 정치 논리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휴머니즘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전쟁이라는 참담한 시기에 외국군대를 위해 기지촌이 형성됐듯이 그런 상황에서 기지촌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누이들도 우리 사회가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줘야 합니다. 그 이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님의 판단을 기대하겠습니다.  2015년 1월 5일 이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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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사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파주시의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페쇄를 위한 여행길 걷기 행사가 30일 진행됐다. 참가자 대부분이 공무원이다. 참가자와 집결지 종사자들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 기동대가 땡볕에 열을 지어 서 있다. 검은 옷에 모자를 눌러 쓴 성노동자와 여성단체 회원들도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모두 고생이다. 경찰 무전기로 용주골 문화극장에 모여 있던 여행길 참가자 소식이 들려온다. 80명이 이동했다는 연락이다. 경찰 기동대 발소리와 함께 성노동자와 업주들도 긴장하기 시작한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갈곡천 연풍교를 지나는 모습이 가림막 틈 사이로 보인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집결지 안으로 들어온다. 참가자들은 “김경일 파주시장 때문에 연풍리 1-3구역 재개발의 희망이 무산됐다.”라는 내용의 펼침막 20여 개가 걸려 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참가자들은 성노동자 대기실인 유리방을 힐끗힐끗 들여다본다. 한 참가자는 유리방 안에 있는 빨간색 의자를 가리키며 “저기에 앉아 있는 건가 봐.”라며 호기심에 찬 손짓을 한다. 갈곡천 콘크리트 제방과 집결지 건물 사이의 그늘막을 벗어나자 한 참가자가 양산을 꺼내 쓰고 성노동자들을 구경하듯 쳐다보며 걷는다. 그러자 한 여성단체 활동가가 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