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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야기

[시장사람들] 두 아들 억척으로 키워낸 어머니를 기억합니다.



파주바른신문은 그동안 금촌 전통시장을 기록해온 현장사진연구소와 함께 시장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세상을 떠났거나 장사를 그만둔 상인들의 사연을 연재한다. 그 첫 번째로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박봉조 할머니를 소개한다.

 

 20여 년 전 금촌시장에서 만났던 박봉조(당시 65) 할머니가 3년 전 세상을 떠났다. 현장사진연구소는 할머니를 촬영했던 그 자리를 다시 찾았다. 할머니가 쪼그려 앉아 있던 시장 모퉁이 골목에는 여전히 생선 비린내가 배여 있는 듯하다. 할머니는 당시 작은아들을 네덜란드로 음악공부를 보냈다고 자랑했다.

 

 사춘기 그 시절, 시장 바닥에 앉아 장사를 하는 어머니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어머니를 피해 다른 길로 다녀야 했던 씁쓸한 기억은 간혹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여기, 시장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었다. 특히 결혼 3년 만인 스물아홉 살에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들을 억척으로 키워온 박봉조 씨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박씨는 인천 방직공장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은 금촌에서 새우젓 장사를 하는 동생에게 새우젓을 산지에서 직접 받아 보내는 일을 했다. 그런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박씨는 금촌으로 와 시장에 좌판을 놓고 생선을 팔았다.

 

  “그 때만 해도 비가 오면 시장 바닥이 발목까지 빠질 만큼 질퍽거렸어. 바닥에 나무로 된 사과상자를 쪼개 깔았는데 발을 움직일 때마다 판자 사이사이로 물이 삐져나와 버선발이 모두 젖어버리고는 했었지. 저녁 때면 발이 퉁퉁 부어서 걸을 수가 없을 정도였어.”

 

  젊은 나이에 장사가 너무 힘들어 인천으로 내려간 박씨는 맥아더 공원에서 떡장사를 하다가 다시 금촌으로 왔다. 그 동안에도 두 아들은 열심히 자라주었다. 큰 아들이 문산농고(현재 문산제일고)에 다닐 때에는 장한 어머니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시장 바닥에서 장사하는 엄마를 둔 두 아들이 어떻게 사춘기를 겪어 냈을지를 생각하면 늘 목이 메인다.

 

  작은 아들은 문산고를 다녔는데, 밴드부 활동을 했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박씨는 택시를 잡아타고 학교로 내달렸다. 음악을 못 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교실 앞에 다다랐을 때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연주가 흘러나왔다. 박씨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그 노래를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냥 발길을 돌렸다. 아마도 먼저 간 남편 생각이 났으리라.

 

  할머니가 자랑하던 작은아들은 현재 중앙대 음대 교수가 됐다. 그러나 박씨는 자신의 아들이 대학 교수라는 사실을 이웃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것이 생선을 팔아 뒷바라지한 아들에 대한 어미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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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사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파주시의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페쇄를 위한 여행길 걷기 행사가 30일 진행됐다. 참가자 대부분이 공무원이다. 참가자와 집결지 종사자들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 기동대가 땡볕에 열을 지어 서 있다. 검은 옷에 모자를 눌러 쓴 성노동자와 여성단체 회원들도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모두 고생이다. 경찰 무전기로 용주골 문화극장에 모여 있던 여행길 참가자 소식이 들려온다. 80명이 이동했다는 연락이다. 경찰 기동대 발소리와 함께 성노동자와 업주들도 긴장하기 시작한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갈곡천 연풍교를 지나는 모습이 가림막 틈 사이로 보인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집결지 안으로 들어온다. 참가자들은 “김경일 파주시장 때문에 연풍리 1-3구역 재개발의 희망이 무산됐다.”라는 내용의 펼침막 20여 개가 걸려 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참가자들은 성노동자 대기실인 유리방을 힐끗힐끗 들여다본다. 한 참가자는 유리방 안에 있는 빨간색 의자를 가리키며 “저기에 앉아 있는 건가 봐.”라며 호기심에 찬 손짓을 한다. 갈곡천 콘크리트 제방과 집결지 건물 사이의 그늘막을 벗어나자 한 참가자가 양산을 꺼내 쓰고 성노동자들을 구경하듯 쳐다보며 걷는다. 그러자 한 여성단체 활동가가 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