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셔널트러스트(공동대표: 이은희 윤인석)가 보존가치가 높지만 훼손위기에 처한 자연 · 문화유산 8곳을 발표했다. 2018년도 ‘올해의 꼭 지켜야 할 자연 · 문화유산’에는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오히려 개발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장단반도와 한강하구 등이 포함돼 있다.
제16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 선정작(8개) | |
선정작(가나다순) | 수상단체 |
농촌방죽과 구룡산 맹꽁이 서식지 | 두꺼비친구들 |
밀양강 철도교 하행선 | 영남대로복원범시민추진위원회 |
성북동 북정마을 | 드로잉스페이스 살구 |
신평마을 비행기 격납고 | 조선경 |
용인 부아산 | 용인환경정의 |
장단반도와 한강하구 |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원회 |
조선내화 舊 목포공장 권역 | (사)섬연구소 |
화성호 13번 습지 | 화성환경운동연합 |
보존가치가 높지만 훼손위기에 직면한 자연 · 문화유산의 현주소를 규명
이번에 선정된 ‘올해의 꼭 지켜야 할 자연 · 문화유산’은 환경 및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임에도 다양한 훼손 위험에 직면한 곳들이다. 1904년도 일제가 밀양읍성의 석재로 건설한 밀양강 철도교 하행선은 침략의 역사와 20세기 초의 토목, 교량 축조기술을 보여주고 있는 중요한 유물이다. 하지만 노후 및 안전을 이유로 2022년까지 새로운 철도교로 대체하고 철거될 예정이다. 밀양강 철도교 하행선은 등록문화재 제250호로 등록된 한강철교와 거의 동시대 유물로 국내에서 매우 보기 드문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도심공원 일몰제 시행에 따른 녹지공간의 훼손이 우려되는 지역도 선정되었다. 청주의 농촌방죽과 구룡산 맹꽁이 서식지가 대표적이다. 구룡산과 청주 도심을 잇는 생태축이면서 맹꽁이 두꺼비 등이 서식할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가장 잘 보전된 지역이기도 하다.
선정 지역 중,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전이 필요한 지역으로 결정했음에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이례적으로 중복 지정한 곳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2015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북정마을도 그 중 한 곳이다. 한양도성에 인접한 마을로, 사대문 안에서 60~70년대 풍경을 확인할 수 있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알려진 곳이다.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했지만, 재개발계획에 따라 200여 가구를 철거하고 ‘테라스 하우스’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2017년 건물 5동과 굴뚝 및 설비시설 등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조선내화 舊 목포공장 권역도 수상지역에 선정되었다. 하지만 등록문화재로 지정 된 것은 조선내화 옛 공장 전체 2만9230㎡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구역은 일부 재개발 조합원들과 건설회사가 고층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면서 강제수용에 따른 훼손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오는 11월 13일(화) 오후 2시,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제16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날 시상식에서 올해의 꼭 지켜야 할 자연 · 문화유산 8곳에 대해 ‘내셔널트러스트 대상’, ‘환경부장관상’, ‘문화재청장상’ 등을 발표하고 시상이 이루어진다.
첨부자료 1.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 수상지역 이미지
사진1. 농촌방죽과 구룡산 맹꽁이 서식지
사진2. 밀양강 철도교 하행선
사진3. 성북동 북정마을
사진4. 신평마을 비행기 격납고
사진5. 용인 부아산
사진6. 장단반도와 한강하구
사진7. 조선내화 舊 목포공장 권역
사진8. 화성호 13번 습지
첨부자료 2.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 수상지역 소개 및 선정취지
1. 농촌방죽과 구룡산 맹꽁이 서식지
청주시 도심 서부에 위치한 성화동에 위치한 농촌방죽과 구룡산 맹꽁이 서식지는 택지개발의 압력에도 농촌마을 형태를 유지한 자연녹지이다. 구룡산의 농촌방죽 일원은 한남금북정맥의 핵심 생태축이자 청주 도심과 이어진 주요 녹지공간으로 생물다양성이 가장 잘 유지된 공간이다. 도심에서 유일하게 두꺼비가 산림과 습지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산란과 서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맹꽁이, 도롱뇽, 산개구리를 비롯한 생태계의 지표종인 다양한 양서류의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면 도시공원지역인 이곳은 개발압력이 가장 높은 녹지공간이 될 전망이다. 청주시는 개발압력으로부터 녹지를 보전하고자 도시공원 면적 30%에 아파트를 짓고 그 이익으로 70%의 녹지공간을 매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민간개발특례사업의 추진대상인 30%의 면적이 도심공원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농촌방죽과 구룡산 맹꽁이 서식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도심공원일몰제의 시행에 따른 전국적 녹지공간의 훼손이 우려되는 현실에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중요 생태계를 보전하는 청주시의 민간단체의 활동에 주목하였다. 도심공원 훼손이 우려되는 시기, 폭넓은 시민들의 참여로 구룡산 자락 택지개발 계획도 저지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또한 민간개발특례사업으로 훼손될 생태계의 보전을 위한 직접적 활동과 국토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적극적인 녹지 매입 및 보호장치를 위한 대안마련 요구 등의 활동이 시의 적절한 활동으로 평가되었다.
2. 밀양강 철도교 하행선
밀양강 철도교 하행선은 밀양시 용활동에 1904년 완공된 경부선 철도교이다. 2년에 걸쳐 건설된 철도교는 1479년 축조된 밀양읍성의 석재를 일제가 옮겨 교각을 세운 것이다. 경부선 철도교 중 지금까지 한 번도 파괴되거나 수리한 적이 없는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현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에서 소유하고 있는 철도교는 노후화에 따른 안전 및 소음문제로 훼손될 위험에 처해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사업비 1,469억 원을 투입하여 2022년까지 새로운 철도교를 건설하고 기존의 철도교는 철거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밀양강 철도교 하행선이 일제에 의한 침략과 수탈의 사실을 알려주는 역사적 장소성과 근대유산으로서의 복합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20세기 초의 토목, 교량 축조기술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등록문화재 제250호인 한강철교와 거의 동시대 건립된 희소성이 높은 문화유산으로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새로운 교량건설과 함께 가까운 시일 내에 철거될 시급성을 고려하여 선정하였다.
3. 성북동 북정마을
성북동 북정마을은 북한산 자락 한양도성에 인접해 1960~70년대 조성된 마을이다. 산업화시대 도시로 몰려든 농민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아직도 그 시절의 골목길과 마을풍경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마을버스가 운행되는 일방 통행차도를 중심으로 400~500여 채의 소형주택들 사이로 좁다란 골목길이 형성돼 있다. 주민들 대부분은 북정마을 생성기를 기억하고 있는 고령층의 원주민들이다. 10여 년 전부터 재개발계획으로 마을의 절반 이상이 투기세력과 외지인들의 손에 넘어갔고, 현재는 북정마을의 절반 이상을 철거하는 ‘테라스 하우스’ 건설계획이 추진중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북정마을이 상업화되지 않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는 점과 도시 서민들의 서울에서 거주할 수 있는 마지막 피난처라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도시화된 지역에서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임과 동시에, 변모된 서울의 취락구조와 공동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인문학적 가치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미 서울시로부터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고 2013년 ‘우수마을공동체’로 선정된 바가 있다. 그럼에도 자치단체의 인허가를 통해 테라스 하우스가 추진되는 것은 보전과 개발에 대한 일관되지 않은 행정의 엇박자로, 경종을 울리는 것이 타당하다 결론 내렸다.
4. 신평마을 비행기 격납고
신평마을 비행기 격납고는 1940년대 태평양 전쟁 말기, 일제에 의해 제작돼 사용된 군사시설이다. 이 시설은 일제가 한국인을 강제로 동원하여 마을을 허물고 활주로와 ‘아카톤보(고추잠자리)’ 라고 불리는 군용 비행기 격납고를 조성한 것이다. 한국인들은 칠점산과 평강천 너머 덕도산을 깎아 흙과 돌을 퍼 나르는 노역에 동원되었다. 격납고의 크기는 정면에서 좌우 20m, 측면 4m, 높이 4m 가량으로 격납고 사방에 폭 4.5m의 활주로를 놓았다.
신평마을 주변에 약 20여개의 격납고가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4채가 농엉용 창고, 축사 및 작업장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일제강점기 후기 일본 본토 보호를 목적으로 여러 곳에 군사용 비행장을 건립했다는 역사적 자료로서 가치를 평가하였다. 일제의 군용 격납고가 제주도만 아니라 한반도 여러 곳에 건설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교육장으로서 의미도 적지 않다. 더불어 신평마을에 인접한 김해공항 주변의 군용 격납고 및 군사시설에 대한 조사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과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격납고를 사용하는 분들이 그 가치를 알고 역사 교육공간으로 온전하게 보전하는 방안의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5. 용인 부아산
한남정맥의 핵심줄기이자 도시지역 내 녹지인 부아산은 약 8만 5천여평의 면적에 자연녹지 61.3%, 보전녹지 38.7%로 구성돼 있다. 안성천 수계인 오산천의 발원지이기도 한 부아산은 1급수의 계곡에 다슬기, 가재, 두꺼비, 도롱뇽(경기도 보호종) 등이 서식하고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도 관찰되는 지역이다.
부아산이 훼손위기에 직면한 것은 2016년 (주)신삼호가 이 일대에 ‘용인 바아오 BIX 산업단지 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부터이다. 보전녹지의 훼손과 오산천 하류의 지곡저수지의 오염 우려로 ‘사업 부적함’ 결정이 내려졌지만, 개발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2018년 3월, 사업자는 녹지공간만 줄인 ‘용인 바이오밸리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재신청한 상태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난개발 지역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용인이 처한 지금까지의 상황을 심각하게 고려하였다. 보전녹지가 사업부지의 39%에 해당하고 식생보전 3등급이 35%인 지역에 지어질 산업단지는 인근 보라산과 연결되는 능선축의 훼손과 산림 생태계의 파괴는 물론 지역주민의 삶에 크나큰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 우려되었다. 이미 한강유역환경청도 산업단지로서 입지가 부적절 하다는 검토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사업자는 개발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것도 심각히 우려하였다. 개발을 통해 소수가 얻는 이익을 위해 광범위한 생태계의 훼손과 다수 지역주민의 희생을 동반한 야만적 개발방식은 중단되어야 한다. 난개발 천국 용인의 오명을 청산하기 위해서도 부아산 보전의 당위성은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
6. 장단반도와 한강하구
북한 마식령에서 발원 DMZ를 지나 흐르는 임진강 남쪽 구간은 거의 전구간이 민간인통제구역이거나 중립지대에 해당된다. 분단으로 인해 자유로운 접근이 불가능한 임진강 하구는 자연하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2014년부터 추진돼 왔던 소위 ‘임진강판 4대강 사업’은 2018년 최종 부결되었다. 개발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었지만, 친환경농업의 터전이자 천연기념물 두루미, 재두루미, 수원청개구리 등 멸종위기동식물의 보고를 지켜내려는 노력에 의해 무산된 곳이다.
하지만 개발에 대한 욕구는 남북의 긴장관계가 화해무드로 전환됨에 따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강하구와 장단반도는 ‘통일 경제특구’, ‘국제평화특구’, ‘제2의 개성공단’등의 표현으로 개발의 노른자땅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남과 북의 평화가 임진강 하구 및 장단반도에 대한 개발의 신호탄으로 작용하지 않길 희망하는 선제적 보전차원의 조치로 선정하게 되었다. 임진강과 한강하구는 중립지역으로 하상조사와 생태조사조차 진행된 적 없는 상황에서, 보전을 위한 우선적 자연환경조사의 필요성도 고려되었다. 임진강 DMZ일대에서 평화와 생태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NGO단체의 왕성한 활동도 높이 평가되었다.
7. 조선내화 舊 목포공장 권역
조선내화주식회사 옛 목포공장은 1938년에 최초로 건립돼 1947년 지금의 조선내화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이후 건물 규모가 커졌다. 1997년 공장이 가동 중지되며 폐쇄가 될 때까지 철제생산에 필요한 내화벽돌 등 다양한 내화물을 생산하던 산업시설이다. 원형이 그대로 유지된 근대 산업유산으로, 문화재청에서도 2017년 12월 5일 건물 5동(A동,B동,C동,사무실, 사택), 굴뚝 3기, 설비물 5기 등을 등록문화재 제707호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등록문화재로 지정 된 것은 조선내화 옛 공장 전체 2만9230㎡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몇 개의 시설들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과 공간들이 아파트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고열에 견디는 내화제품을 생산하는 가마와 원료운반, 생산, 제품반출의 과정이 원형 그대로 보전된 산업유산임에 주목하였다. 그럼에도 일부 건물과 산업설비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가운데, 공장 뒷산과 공장터에 초고층 아파트가 건립되는 건 다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 판단하였다. 초고층 아파트 단지에 일부 시설만 고립된 섬처럼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산업시설로서 큰 가치를 지닌 조선내화 舊 목포공장 권역 전체가 온전히 보전돼야 할 타당성을 인정받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8. 화성호 13번 습지
화성호 13번 습지는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 위치한 갯벌이었으나, 방조제 물막이 공사로 생긴 인공습지이다. 1991년 간척사업을 시작하여 2003년 9.81km의 방조제가 완성되면서 약 42㎢의 간척농경지와 17㎢의 화성호가 조성된 것이다. 화성호 일명 ‘13번 습지’는 화성호에서 남측 하단부분의 방조제 내측의 인공습지를 말한다.
화성호 13번 습지는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물떼새, 큰기러기, 흰이마기러기, 개리, 큰고니 등의 멸종 위기종 조류가 계절을 따라 머물며 휴식지로 이용하고 있다.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화성 매향리 갯벌과 연접해 있어 만조 시 도요물떼새들의 휴식처로 이용된다.
그러나 간척사업 계획상 본 습지는 ‘경관작물재배단지’이다. 화성호 13번 습지는 한국농어촌공사에 의해 별도의 목적으로 매립될 예정이다. 매립으로 인해 천연기념물 및 중요 야생조류의 서식지가 훼손될 위험에 처해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해안선과 갯벌의 생태를 파괴하는 간척사업이 자연과 인간의 삶에 폐해를 가져온 사례를 인지하고 있었다. 대규모 간척사업이 중지된 현재이지만, 이미 진행된 간척사업 중에 가능한 곳은 역간척을 통해 재자연화하는 것이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중요한 흐름임을 우리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당장 역간척이 불가능한 습지지역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생명체의 활동공간으로 보장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화성호 13번 습지의 경우, 농어촌공사가 또 다시 매립을 통해 희귀 야생조류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행위는 중지된 간척사업을 재개하는 것과 다름 아니며, 이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반환경적 행위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