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길목에 세워졌다가 괴한들이 새긴돌에 3일간 불을 지르거나 거적을 덮어 추모객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시련을 겪었던 민족지도자 장준하 선생의 새긴돌이 강원도 동해시 백두대간 이기령 자락에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광복 74주년 기념일인 8월 15일 새벽. 파주에서 출발한 취재차량이 폭우를 동반한 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어렵게 동해시 무릉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다시 3km의 깊은 골짜기를 따라 들어갔다.
불어난 계곡물이 급류로 변해 바위를 내리치는 소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와 뒤섞여 그날의 함성 대한독립만세처럼 들렸다.
그러나 새긴돌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다행히 15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산골 이기리에서 10여 년간 마을 일을 맡았던 오화선(72) 전 이장을 만났다. 오 전 이장은 ‘장준하 새긴돌’ 사진을 보여주자 백기완 선생을 기억해 냈다. 20년 전인가 그보다 더 됐는가, 여하튼 새긴돌이 마을에 들어올 때 함께 거들었다고 했다.
장화로 갈아신은 오 전 이장을 따라 석현사 앞으로 갔다. 우산대로 풀섶을 헤치며 들어가자 그곳에 장준하 새긴돌이 비를 맞고 있었다. 처음 회색이었던 새긴돌은 괴한의 불을 맞은 탓인지 아주 어두운 색으로 변해 있었다.
8월 17일은 민족지도자 장준하 선생 서거 44주년이다. 이날 오전 11시 탄현면 ‘장준하 통일공원’에서 추모식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