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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야기

[횟가마 사람들❶] 목구멍 청소는 곤달걀이 최고...

횟가마골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 2월 ‘조선중요광산물증산령’ 실시에 따라 교하면 오도리 장명산에 석회 생산 노동자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레 불리게 된 이름이다. 횟가마골 사람들은 대부분 북쪽에 고향을 둔 피란민이거나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지식인들도 꽤 있었지만 이 사람들은 횟가마골을 자신들의 인생 마지막 종착역으로 여기기도 했다.


 장명광산은 산밑에 일자형 사택을 나란히 지어 노동자들에게 제공했다. 처음 광산에 들어오는 노동자 대부분은 이 사택에서 살다가 임대 기간이 끝나면 땅을 빌려 움막집을 짓거나 사택과 엇비슷하게 생긴 개인 집을 마련해 거처를 옮기기도 하였는데 그런 가정은 그리 많지 않았다.


 횟가마골에는 구멍가게가 네 군데 있었다. 가끔 공릉천 낚시 손님을 상대하기도 했지만 거의 노동자들이 이용했다. 장명광산은 한 달에 두 번 급료를 지불했다. 사람들은 이를 ‘간조’라고 불렀다.



 ‘간조’ 날이 되면 구멍가게는 외상값을 갚으려는 사람들과 받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술꾼으로 북적였다. 주인은 외상값을 받아 고맙다며 술 한 병을 공짜로 내놓는가 하면, 외상값을 갚았으니 다시 외상술을 시작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그리고 간조가 나왔다는 소식을 귀신같이 알고 달려오는 금촌시장의 쌀집, 연탄가게 주인들, 목청 높여 젓가락을 두들겼던 방석집에 아모레 화장품 수금사원까지 한 번에 몰려와 횟가마골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석회를 생산하는 횟가마는 약 10m 높이에 폭 3m 정도의 원통을 돌로 쌓아 만들었다. 광산에서 채취한 돌을 큰 망치로 대략 20cm 크기로 부순 다음 삼태기에 담아 횟가마에 시루떡처럼 평평하게 깐다. 그다음에 석탄 한 켜, 그 위에 돌 한 켜를 깔아 가마 꼭대기까지 채워지면 마지막으로 불이 잘 타오르라고 굵은 소금을 뿌린 후 뚜껑을 닫는다.


 청석이라고 불리는 돌이 하얗게 구워지면 가마 맨 아래 질러놨던 쇠꼬챙이를 뽑아 석회석을 빼낸다. 그러면 다시 시뻘겋게 달궈진 석회석을 삽으로 손수레에 퍼담아 작업장으로 옮기게 되는데, 이때 노동자는 돌가루가 몸에 들어오지 않도록 내복을 입고 장화를 신은 다음 고무장갑을 끼고 광목천으로 눈만 빼끔 보일 정도로 얼굴을 친친 동여맨다. 여름에는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작업장에 산더미처럼 쌓인 돌에 물을 뿌리면 김이 솟아오르면서 순식간에 가루가 된다. 이 가루를 채로 거르면 아주 고운 석회가 되는데, 손에 쥐면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 손바닥에 남는 것이 없을 정도가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미세한 석회가루가 코와 입으로 들어가 작업을 마치고 나면 얼굴과 몸에 붙은 석회가루가 땀과 범벅이 돼 눈사람이 된다. 이 바람에 노동자들은 진폐증에 걸려 피를 토하기 일쑤였는데, 사업주는 건강검진보다 한 달에 한 번 돼지를 잡아 먹이는 것으로 대신하곤 했다.


 횟가마골 사람들은 털이 덜 깎인 돼지고기와 머리, 몸통에 솜털이 나고 발가락까지 생기다 만 곤달걀을 즐겨 먹곤 했는데, 이것을 먹으면 목구멍에 붙어 있는 석회가루가 모두 씻겨 내려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사업주는 돼지를 잡을 때 털을 바짝 자르지 않고 먹으면 폐병에 걸리지 않는다며 아주 근엄한 표정으로 노동자들에게 말하곤 했다.




 그 바람에 피를 토하는데도 곤달걀만 먹고 제때 치료를 받지 않아 숨진 노동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주는 이를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육군 중위로 전역한 후 횟가마골에 들어온 김 아무개 씨가 진폐증 산재 판정을 받았는데, 이 판정은 대한민국 첫 번째로 알려졌다. 김 아무개 씨는 진폐증 판정 후 사망했다.


 횟가마골에는 공동우물이 하나 있었다. 이 우물물로 밥을 지으면 솥이 하얗게 변했다. 횟가마골 출신으로 지금은 면장이 된 그 집의 우물 역시 물을 떠서 놔두면 횟가루가 두껍게 가라앉을 정도로 식수 오염이 심각했다. 주민들은 결국 장명광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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