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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대학생 딸이 어버이날 엄마에게 쓴 편지… “엄마 죽으면 안 돼”

이른 아침 연풍리 성매매집결지가 발칵 뒤집혔다. 긴급 상황을 알리는 자작나무회의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잠옷바람의 회원들이 정화위원회 사무실로 모여들고, 한우리부녀회 회원들은 두툼한 옷차림으로 집결지 입구를 몸으로 막았다. 그리고 밥 아줌마로 불리는 노동자들은 라면을 끓여 새벽 추위를 녹인다. 파주시가 집결지 사람들 모르게 불시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10일 오전 5시 성매매집결지 아침은 이렇게 시작됐다. 




 성매매집결지 종사자들은 파주시의 감시카메라 설치를 심각한 인권침해로 생각하고 있다. 시민들을 동원해 행복한 길 걷기 행사를 한다면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에 풍선을 들고 걸으면서 힐끗힐끗 쳐다보는 비인간적 행태도 못마땅하지만 이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감시카메라이다. 파주시는 종사자들을 감시하려는 게 아니라 성매수자인 남성들의 출입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종사자들에게는 이 감시카메라가 공포의 대상이다.




 올해 대학에 들어간 성매매집결지 종사자의 딸이 어버이날 엄마에게 보낸 편지를 파주바른신문이 입수했다. 이 편지는 성매매집결지 종사자인 엄마가 뇌종양에 걸리자 자신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미리 유서를 써놓은 것을 대학생 딸이 보게 되면서 어버이날 사랑한다는 마음을 엄마에게 전한 것이다. 엄마의 가장 큰 걱정은 딸아이의 친구들이 엄마의 직업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파주시의 감시카메라는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엄마는 이를 막기 위해 새벽바람을 가르며 집결지 입구에 쪼그려 앉았다. 


 파주바른신문은 종사자의 동의를 얻어 딸의 편지를 소개한다.



엄마, 안녕. 난 엄마한테 하나뿐인 소중한 딸 희망(가명)이야. 오랜만에 편지 쓰려니 매우 어색하다. 학생일 때는 친구들한테도 편지를 자주 써서 어색함이 안 들었는데 ㅋㅋ 엄마 내가 아직은 많이 부족한 딸이여서 미안해. 부끄러운 딸로 크기가 싫은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자랑스러운 딸이지 못한 거 같아서 매우 미안해. 내가 더 노력할게. 좀만 기다려줘. 이기적인 딸이여서 미안해 ㅠㅠ 솔직하게 말하면 난 어릴 때부터 공부를 아예 안 해서 대학 와서 하려니까 많이 힘들고 거의 모든 것이 부족하더라. 엄마 혼자 우리 둘 키우는데 나 대학까지 보내주고 하는 모습을 보면 진짜 잘하고 싶다고 생각을 해. 근데 내가 하는 노력은 노력도 아니였나 봐. 아직 생각이 너무 어렸어…ㅎㅎ 




 내가 남들보다 더욱 더 노력해서 부끄럽지 않은 엄마의 딸로 남고 싶어. 엄마는 우리 남매 어릴때부터 추억 만들어 주기 위해 바쁘게 살고,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 안 듣고 살게 해주는 게 너무 대단하다 생각해. 여자 혼자 애들 두 명 키우면서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해 주는 집은 정말 정말 드물잖아… 난 진짜로 항상 엄마를 자랑스럽고 멋있고 감사하다 생각해. 당연히 누리지 못할 것들을 엄마는 엄마를 희생해서까지 우리를 위해 누리게 해주잖아. 내가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엄마 덕이야!! 이건 100% 확신해 ㅎㅎ 여태 키우면서 많이 힘들고 물론 지금도 많이 힘든 거 알아. 솔직히 전에는 어려서 내 생각만 먼저하고 해서 내가 많이 이기적이였어. 근데 난 지금 엄마가 행복하다면 엄마가 하고 싶고 누리고 싶은 거 다 누렸으면 좋겠어.




 제일 이쁠 나이에 나를 낳고 엄미의 청춘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게 난 너무너무 맘에 걸려. 그렇게 이쁜 나이에 우리를 낳고 여태 바쁘게 살았는데 머리에 혹이 났다는 걸 들었을 때 너무너무 우리 탓 같았어. 만약 우리가 없었다면, 아빠랑 살았다면 엄마는 많이 편했을까 싶고, 머리에 혹도 안 생겼겠지 싶어. 엄마가 그 후에 유서를 썼는데 나에 대한 내용이 너무 너무 많았다 했을 때 한편으로는 엄마가 날 많이 사랑하는구나를 느껴서 좋았기도 했고 한편으로 나 정말 엄마 없이 살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유서를 쓰고 있던 엄마가 제일 무섭고 힘들 텐데 나를 먼저 걱정했다는 걸 생각하면 내 자신이 너무 어리고 짜증났어.

 

 내가 여태 어떻게 했음 내 걱정만 있을까 싶고. 엄마 나랑 평생 오래오래 살아줘 부탁이야. 난 엄마가 없어질 생각을 하면 지금 당장부터 너무너무 무서워. 엄마가 죽고 시간이 지나면 엄마 얼굴이 조금씩 잊혀진다는 것도 너무너무 잔인하고 무서워. 그니깐 나랑 평생 살아줘. 사랑해 엄마 많이 많이. 어버이날 진심으로 축하해. 20년 동안 나를 열심히 키워줘서 고마워. 부끄럽지 않은 딸로 계속해서 자랄게. 진심으로 사랑하고 감사드립니다. 

하나뿐인 딸 희망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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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 인권침해 진정에 대한 파주시 입장문을 보며… 대추벌 성노동자모임 자작나무회가 18일 파주시의 강제 철거에 따른 인권침해를 호소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파주시는 곧바로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성매매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는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그런데 파주시가 입장문에서 언급한 2023년 국가인권위 발간 인권보도 참고 사례집에서는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 종사자나 여종업원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성매매가 마치 합법적 직업인 것처럼 간주될 위험이 있어 성매매피해자 등으로 표현할 것을 권고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인권위 권고는 표현에 따라 성매매가 합법적 직업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는 것이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침해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2010년 설립된 유엔여성기구는 “성매매와 성노동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이다. 유엔의 역할은 모든 여성이 폭력, 학대, 착취, 차별, 낙인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주거권 보장 없이 진행되는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철거에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정책 수립 과정에서 당사자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성노동과 성매매 정책은 반드시 해당 개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