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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리비교 철빔에 “이 몸을 눈물 위에 던져 후세에...”


한국전쟁 시기 병력과 전쟁물자 수송을 위해 건설된 임진강 리비교의 상판과 철빔이 66년 만에 철거되면서 공사 당시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조국통일등 힘들었던 사연이 철빔 안쪽에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파주바른신문이 17일 리비교 공사 현장을 취재하면서 임진강 바지선에 설치된 크레인이 철빔을 들어올릴 때마다 초망원렌즈로 확인한 결과 철빔 여러 곳에 한글과 한자로 쓰여진 글들이 나타났다.

 

 철빔에 쓰여진 글은 다 글렀다. 이제는 청춘도 꽃(다운) 시절도 꿈같이 흘렀어라. 차라리 꽃잎처럼...피투성이에 젓은 이 몸을 이 눈물 위에 던져 후세에서 나의 행복을 구하리니 아, 안타까운 나의 소원이여! 단 한 번이라도 그대와 만나고저 살고 있소...’라는 내용으로 추정되며, 그 옆에 조국통일이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 있다.

 

 파주시는 다리 보강공사가 완료되면 리비교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세울 계획이다. 그런데 지난 3월 공공디자인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확정된 것은 한국전쟁 당시 대전에서 전사한 미군 리비 중사의 조형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비 중사가 리비교 건설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데다 1953년 공사 중 카투사 김호덕 상병과 미군 병사 제임스 이 오그라디(James E. O’Grady) 일병이 전사한 기록이 있어 오히려 이들을 기억하는 조형물이나 리비교 철빔에 낙서처럼 쓰여진 내용을 자세히 파악해 이를 반영하는 조형물 건립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래 글은 파주바른신문이 지난 2월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의 임진강 가교 건설 연구 보고서를 보면 리비교는 미군 공병대에 의해 195211월 공사를 시작해 정전협정을 약 3주 앞둔 195374일 준공했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헌정식에는 제8군사령부 맥스웰 디 테일러장군이 참석했다. 리비교는 당시 임진강의 콘크리트 교량 중 첫 번째로 건설됐다. ‘리비교가 세워지기 전 임진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나룻배와 철제부교, 목조다리, 케이블(곤돌라) 등을 이용했다.

 

 ‘리비교명칭은 한국전쟁 중 대전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리비중사를 추모하기 위해 미8군의 지시에 따라 붙여졌다. 그러나 제84공병대대는 19531317번 교각 클램 작업 중 전사한 카투사 김호덕 상병의 이름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리 건설에는 대한민국 육군 소속의 카투사 155명과 민간인 용접공 20, 잠수부 4, 목수 등 30여 명이 투입됐다. 카투사는 논산훈련소 등에서 건설노동자 경험이 있는 사병들로 차출됐다. 김호덕 상병도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미군 병사 제임스 이 오그라디(James E. O’Grady) 일병도 전사했다. 제임스 일병은 1953416일 한국 민간인이 탄 작업 보트가 전복되자 이를 구조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숨졌다.

 

  파주바른신문은 임진강 리비교 공사 중 전사한 김호덕 상병을 기억하기 위해 전사자 묘역을 취재했다. 김호덕(군번 9900947) 병장이 1960524일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안장자 기록에는 사망 장소와 날짜가 빠져 있어 임진강에서 숨진 김호덕 상병과 동일 인물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취재진이 국회를 통해 국방부 병적민원과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사망 장소와 날짜가 기록된 자료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호덕 병장의 군번을 국방부에 의뢰 조회한 결과 이호득, 강대희 등 세 명이 나타났다. 하나의 군번이 세 명에게 부여된 것이다.

 

  파주바른신문은 현재 국립현충원 52 묘역에 안장된 김호덕 병장이 1953년 리비교 건설 중 전사한 김호덕 상병이 병장으로 1계급 특진해 안장됐을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 자료를 취재하고 있다. 파주바른신문이 김호덕 상병을 기억하려는 까닭은 리비교가 남북평화시대에 맞는 평화의 다리로 새롭게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분단 70, 이제는 근대문화유산이 된 리비교의 역사를 조명하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김호덕 상병과 제임스 일병을 추모하는 파주시의 관광정책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리비교 입구에는 한국전쟁 당시 대전 전투에서 전사한 리비 중사의 기념비만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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