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성매매집결지 해체 주무 부서인 복지정책국 이주현 국장이 파주시의회가 집결지 정비 예산을 전액 삭감한 21일 전격 사표를 냈다. 그동안 이 국장은 김경일 시장이 새해 첫 사업으로 꼽은 연풍리 성매매집결지 해체 사업에 선봉장 역할을 했다. 이 국장은 사표를 쓰기 전날에도 집결지 종사자 모임인 자작나무회 임원들을 파주읍사무소에서 만나 파주시의 자활대책을 자세히 설명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이 자리에는 김진기 부시장이 함께 했다. 김 부시장은 자작나무회 임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쓴 편지를 읽어 봤다. 대부분 가족의 생계 걱정이었다. 저도 부모님이 아프셔서 형제들과 조금씩 걷어서 도와드리고 있는데 여러 사정으로 힘들 때가 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여러분 혼자 다 짊어지고 갈 것이 아니라 저희와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국가든 공공기관에서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해드리겠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을 해 강제가 아니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연풍리 성매매집결지 종사자 모임인 자작나무회 한 아무개 대표는 “저희 입장은 파주시의 조례나 예산 등의 자활대책으로는 우리가 자활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복지원이 안 되는 부분도 있고, 현재 저희는 성매매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파주시의 자활대책보다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을 좀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감시초소와 CCTV는 우리에게 내일 당장 나가라고 위협하고 있다. 시장님은 신년사에서 시민과 소통하는 더 큰 파주를 만들겠다고 했다. 불법과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시장님에게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감시초소와 CCTV 등의 철수를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주현 국장은 자작나무회의 입장에 대해 “우리는 단속과 순찰초소 근무를 계속할 생각이다. 행복한 길 걷기 등 거리행진도 할 것이고, CCTV도 추가적으로 더 설치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고소 고발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모두 하겠다.”라며 종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자작나무회 한 아무개 대표는 “파주시가 저희를 범죄자로 안 보신다고 했다. 저희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파주시민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엄마이다, 그러니 저희와 소통을 계속해 줄 것을 요청한다. 파주시가 그럼에도 공권력만을 우선으로 한다면 저희도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강력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 오늘 면담은 우리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겠다.”라며 응수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의 성매매집결지 해체 지시를 강하게 추진했던 이주현 국장은 종사자들과의 면담 다음 날 사표를 냈다. 김경일 시장은 22일 프랑스,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환경기초시설 견학을 위해 출국했다. 그리고 23일 성매매집결지 종사자 200여 명이 파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시민과 소통하는 더 큰 파주를 만들겠다던 김 시장의 소통 정책이 연풍리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것일까? 혹시 그것이 이 국장의 사표에 원인 제공을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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