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비핵화 2월 담판이 결렬됐다. 3월 첫날, 한반도 평화수도 파주시 임진강은 썰물이다. 허리춤만큼 바닥이 드러나고 남쪽 반구정과 북쪽의 장단반도가 가까워졌다. 썰물을 틈탄 어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노 젓는 배가 촘촘하게 늘어진 어망 사이를 오르내리며 어구를 매달면 모터 달린 통통배는 어업에 필요한 어구를 실어나른다. 철책 안 임진강 어부들은 밀물과 썰물을 거스르지 않는다.
노래 ‘이등병의 편지’ 원작자 김현성 씨 마을에는 광탄극장이 있었다. 당시 파주의 9개 극장 중 규모가 가장 작았다. 광탄극장(대표 정주호)은 1967년 광탄면 신산리 34번지에 건평 80평에 관객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으로 개설됐다. 1970년 문을 닫은 광탄극장은 7,200여 명이 관람했다. 당시 광탄면에는 현재 육군 전진부대 자리에 캠프 패터슨(Camp Peterson)과 신산리 새슬막에 캠프 스탠톤(Camp Stanton) 등 미군부대가 있었고, 오산리 기도원 쪽에는 미군병원이 있었다. 파주시는 광탄극장이 위치한 길 300여 미터를 전진부대와 연계해 ‘이등병의 편지 거리’로 조성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파주에는 한국전쟁 이후 외국 군대의 주둔으로 대규모 기지촌이 곳곳에 들어섰다. 행정당국과 경찰에 등록한 미군 상대 여성은 4,800여 명이었다. 비등록 여성까지 합치면 약 1만여 명이 기지촌에 거주했다.
남북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 안 감시초소(GP) 10곳이 시범 철거됐다. 남북한 GP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북측은 160여 개, 남측은 60여 개를 설치했다. 관측소를 의미하는 OP를 합치면 북한군은 280여 개, 우리 군은 100여 개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960년대 파주지역 민간인통제선에는 감시초소(GP) 14개와 관측소(OP) 4개가 있었는데 모두 미군 병사 이름이나 전쟁을 의미하는 명칭 등이 붙여졌다. 장단면 장단반도에서부터 제인(Jane), 베릴(Beryl), 글래디스(Gladys), 앤(Anne), 케이티(Katie), 바베라(Babera), 루시(Lucy), 터너(Turner), 헨드릭스(Hendrix), 홈다히(Holmdahi), 디서어트(Dessart), 존슨(Johnson), 사일러(Seiler), 니나(Nina) 등 감시초소(GP)와 매지(Mazie), 루시(Lucy), 스토리(Story), 도르트(Dort) 등 관측소(OP)가 군사분계선을 따라 진동면 초리까지 이어졌다. 비무장지대의 GP 철거는 평화시대로 가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때를 같이 해 최종환 파주시장은 파주를 ‘한반도 평화
황금 돼지해인 2019년 1월 1일 새벽 5시. 월롱산 새해맞이에 1천여 명이 모였다. 월롱면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사상만)가 ‘복 떡국’ 1,200 그릇을 해맞이 인파에 제공했고, 시민이 직접 쓴 소원지를 볏짚 낟가리에 꽂아 태웠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한해의 풍년을 비는 기원제를 올리는 등 희망에 찬 2019년을 맞이했다.
“미군이 여기서(무건리훈련장) 하는 훈련은 사격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전술훈련입니다.” 육군 1군단 교훈처장이 지난 19일 무건리훈련장 안에서 파주시의원과 법원읍 주민들에게 한 말이다. 마치 사격만 안 하면 훈련 피해가 없는 것처럼 들렸다. 법원읍 주민이 거짓말 그만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다른 주민은 훈련장이 문제인데 사격 여부로 접근하는 것은 본질을 피해가려는 술책이라고 반박했다. 전술훈련이면 괜찮은 걸까? 파주에는 스토리사격장(215만 평), 다그마훈련장(175만 평), 무건리훈련장(1050만 평) 등 대규모 훈련장이 있다. 훈련이 시작되면 동두천, 의정부, 파주 등 각 지역 주둔 부대가 탱크 등 전술 장비를 끌고 훈련장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인명 피해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한다. 파평면 장파리 정완수 씨 일곱 살짜리 아들이 미군 훈련 차량에 깔려 숨졌고, 문산읍 마정리에서 미2사단 2여단 506본부 중대 차량에 김 아무개 노인이 치어 숨졌다. 2001년 7월에는 파평면 덕천리 청년 두 명이 폭포어장 앞에서 간판 작업을 하던 중 다그마노스훈련장으로 이동하던 미2사단 방공대대 소속 장갑차에 받혀 머리를 다쳤다. 2002년 6월에는 신
열여섯 살에 파주 기지촌 생활을 한, 이제는 할머니가 된 미군 위안부가 직접 뜨개질한 털목도리를 들고 ‘엄마 품 동산’을 찾았다. 할머니는 재미작가 김원숙 씨가 창작해 파주시에 기증한, 엄마가 아이를 안은 모습의 ‘Shadow Child’ 작품에 털모자를 씌우고 목도리를 둘렀다. 할머니는 조각상 얼굴을 어루만지며 “춥지... 이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내가 정말 미안해...”라며 울먹였다.
최종환 파주시장과 이성철 파주시의원이 공식석상에서 무건리훈련장의 주민 피해를 문제 삼았다. 미군전용 공여지인 스토리사격장(215만 평)이 잠정 폐쇄되면서 주한미군 훈련이 무건리훈련장으로 몰리는 바람에 직천리, 웅담리는 물론 법원읍 시내 주민들까지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무건리훈련장은 500여 만 평에서 1,000만 평으로 확장됐다. 국방부는 훈련장 확장을 이유로 400년 된 법원읍 오현리 마을을 철거하고 주민들을 모두 내쫓았다.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자신의 묘비를 나무판에 새겨 국방부 정문에서 시위를 벌이고 금촌 길거리에서 삼보일배를 올리는 등 저항했다. 당시 파주시는 주민들이 내건 펼침막을 기다렸다가 철거했다. 경찰은 주민들을 닭장차에 태워 연행하고 이를 항의하는 주민 수십여 명을 체포해 일부는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수십여 명의 주민에게 벌금 10만 원씩 부과됐다. 정치인들의 외면은 더했다. 군 장성 출신 국회의원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주민들이 국회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사진전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었지만 그 국회의원은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뼛속까지 파주사랑’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정치인 역시 주민들의 집회나 옛 직천
파주시의회 자치행정위(위원장 최유각) 여성의원 3명이 감기몸살로 링거주사를 맞으며 2019년 새해 예산을 심사하고 있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심하게 앓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은주 의원은 병원의 긴급 치료를 받고 부랴부랴 파주시보건소 예산 심사에 출석했다. 최유각 위원장은 공무원들에게 박 의원이 지금 오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양해를 구하는 등 상임위 시간을 늦춰주기도 했다. 민중당 안소희 의원은 계속 병원 치료를 받아오다 30일 보건소 예산 심사 때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결국 불참했다. 맏언니로 불리는 자유한국당 윤희정 의원은 나이 많은 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휴지로 연신 콧물을 훔쳐내며 버티기도 했다. 예산 심사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퍼붓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효숙 의원은 동료의원의 감기몸살에 생강차를 타 나르기도 했다. 자치행정위 소속 의원들은 이효숙 의원을 ‘해피 바이러스’, 윤희정 의원을 ‘분위기 메이커’로 부른다. 자치행정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최유각, 박대성, 박은주 의원, 자유한국당 윤희정, 이효숙 의원, 민중당 안소희 의원 등 6명으로 이중 여성의원이 4명이다.
임진각 밤하늘에 불꽃이 타올랐다. 23일부터 사흘간 열린 장단콩 축제는 올해도 성대하게 끝났다. 그러나 최종환 시장은 아쉬움이 남는다. 임진강 건너 개성시 주민과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 시장은 임진강 바로 건너 개성시 주민과 시장(인민위원장)의 장단콩 축제 참가를 기대했다. 최 시장은 통일의 중심 파주시가 개성시와 함께 비무장지대 안 장단역과 도라산역 주변에서 개성 인삼과 장단 콩을 재배해 비무장지대에서 공동으로 축제를 열면 그것이 곧 평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장단콩 축제 마지막 날인 25일 불꽃이 북녘 하늘을 수 놓았다. 내년 ‘개성인삼축제’와 ‘장단콩축제’는 개성시 주민과 함께 하고 싶다는 ‘장단 콩 편지’처럼 보였다.
한국전쟁과 함께 파주에 주둔하기 시작한 주한미군은 지역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됐다. 미군부대 주변으로 옷가게 등 일상용품 판매점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형성됐고, 클럽, 세탁소 등 서비스업이 성행했다. 1960년대 미군교역처 청부업체인 신흥실업은 파주에 세탁공장을 세워 300여 명의 미혼여성을 고용해 연간 3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경남기업도 임진면(문산읍)에 종업원 200여 명 규모의 문산출장소를 열어 미군 세탁업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문산 운천리의 영진상운 옛 물류창고이다. 영진상운은 1969년 주한미군이사화물(Military Cargo)을 창업해 미군의 전역 물품이나 부대의 군수물자를 해외로 수송했다. 기지촌 사람들도 가족 등 해외 입양 자녀에게 생활용품을 보낼 때 영진상운을 이용했다. 한진상사는 미군부대에 물을 공급하는 물차 운영으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은 1945년 11월 한진상사를 설립해 미군교역처와 군수물자 수송 사업권을 따냈다. 미군부대를 상대로 돈을 번 한진상사는 1969년 대한항공을 인수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항공은 ‘재벌 갑질’로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다. 파주에서 돈을 번 회사들은 1970년대
사진은 조리읍 민바리 개울에 있는 옛 미군 정수장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그냥 미군 물탱크라고 불렀다. 이 정수장은 1960년대 개울 물을 소독해 봉일천의 미군 제2보병사단 ‘캠프 하우즈’와 금촌의 미군 제2기갑부대에 공급했다. 허드렛물로 사용된 이 정수장 물은 소독약 냄새가 굉장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서 분말과 정제로 된 소독약을 얻어다가 우물에 넣었다. 우물 안의 장구벌레 등 세균이 소독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사람들은 이 정수장 물이 허드렛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드럼통을 리어카에 싣고 가 물을 얻어 아껴 먹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또 포대에 담긴 분말 소독약을 개울에 풀었다. 잠시 후 정신을 잃은 물고기가 하얀 배를 드러내면 가루를 곱게 칠 때 쓰는 ‘얼개미’나 모래 체로 만든 장대 달린 삼태기 모양의 망으로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소독약을 넣은 우물에서는 지렁이가 떠올랐다. ‘거생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지렁이는 흙 속의 세균이나 미생물 등 식물체의 부스러기와 동물의 배설물까지 먹어치우는 유익한 환형동물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수챗구멍에 뜨거운 물을 버리지 못하게 했다. 지렁이가 다 죽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민바리 미군 물탱
사진은 북파주농협 콩·과수 유통종합처리장 준공식 모습이다. 파주시청이 제공한 사진을 들여다보면 가운데에 박정 국회의원 부인이 있고, 그 옆에 최종환 파주시장과 손배찬 파주시의회 의장이 서 있다. 이날 준공식의 주인공은 농협이다. 그런데 이장성 농협 파주시지부장과 조리농협 백운경 조합장은 가장자리에 있다. 파주시 행사 기념사진의 대부분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하여 좌우로 권력 서열에 따라 자리를잡는다. 그러한 서열에 따라 내빈의 자리는 거의 판박이다. 이런 관행은 정작 축하받아야 할 그 행사의 주인공들을 권력의 들러리로 만든다. 이날 행사는 농협 지부장 등 농업인이 더 축하를 받아야 할 행사임에도 박정 국회의원의 부인이 가운데 자리를 잡고 기념 촬영을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파주시청이 이날 행사에 국회의원이 참석했다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보낸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했다. 시민들은 박정 국회의원이 후보 시절 부부와 함께 장단콩 축제 등 행사장에서의 설거지를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