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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혼혈인 ‘해피밸리’의 주먹을 만나다

60년 만에 찾은 어머니의 품 금곡리


“양색시가 엄청 많았지. 미군 헌병이 토벌(단속) 나오면 저 산위로 도망가거나 느티나무에 올라가 몸을 숨기고는 했는데...”
 
 한국전쟁 때 평양에서 피란 나와 이른바 ‘해피밸리’라고 불린 양색시촌에서 주먹잡이를 했던  최칠성(83) 씨가 미국에 입양된 지 60년 만에 모국을 찾아온  혼혈인 심상호(미국명 로웰 로혼) 씨를 만났다.

 심상호 씨는 1955년 3월 파주군 천현면 금곡리 7번지에서 어머니 심형숙(87) 씨와 미군 흑인병사 사이에서 태어났다. 1953년 만들어진 ‘해피밸리’에는 미군위안부 100여 명이 있었다. 주민들은 이곳을 ‘3집단’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모두 철거돼 논밭으로 변했다.
 
 “당시 전기가 없어 발전기를 돌렸죠. 양쪽으로 양색시 숙소 20여 채가 쭉 늘어서 있었고, 클럽보다 규모가 약간 작은 홀이 6개 있었습니다. 나는 거기서 미군이 술을 먹고 돈을 안 내거나 행패를 부리면 그것을 해결하는 일을 했죠. 그러니까 해피밸리에 있었던 양색시들은 나를 거의 기억할 겁니다. 이 친구(심상호) 어머니도 그중에 하나였을 테고요.”

 혼혈인 심상호 씨는 최 씨의 설명에 어머니를 만난 듯 손을 부여잡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심 씨는 두 살 때인 1957년 미국 일리노이주 북부 시카고에 살고 있는 허드슨 부부에게 입양됐다. 이후 심 씨는 캘리포니아 캠튼으로 이사해 공립학교를 다녔다. 양어머니는 회계학 석사 공부를 했고, 양아버지는 공학학사를 수료한 후 항공산업 관련 직장에 다녔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한 악기는 플릇이었는데, 원래는 드럼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드럼은 너무 시끄럽다며 안 된다고 해서 8학년 때는 비브라폰이라는 악기를 배웠고, 9학년 초에는 ‘마제스틱’이라는 밴드를 결성했습니다.”

 심 씨는 그때부터 파티, 노래자랑대회 등 여러 행사장을 다니며 펑크, 재즈 음악 등을 연주했고, 캘리포니아 미대(California College of Arts and Crafts, CCAC)에서 비디오와 영화제작을 전공했다.

 현재 심상호 씨는 비브라폰 연주자 겸 영화제작자로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무술을 가르치고 있다.

 최칠성 씨는 “나도 미국으로 이민을 가려고 했다. 미국 시민권을 따서 북한 고향을 가보고 싶었다. 자네(심상호)가 어린 나이에 해외로 입양된 것이나 부모형제와 헤어져 피란을 나온 내 신세가 뭐 다를 게 있겠나? 그래도 자넨 이렇게 어머니라도 찾아올 수 있는데 나는 이제 죽음을 앞둔 노인이 되었다.”라며 혼혈인 심 씨를 부둥켜안았다.

 최 씨는 15살 때 한국전쟁이 터져 파주 금곡리로 피란을 왔다. 최 씨는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자신보다 몸집이 몇 배나 큰 미군을 때려눕힐 정도로 돌주먹이었다. 하루는 미군 부대장이 매일 밤 얻어맞고 들어오는 부대원들을 조사해 헌병에게 최 씨를  붙들어오라고 했다. 그런데 부대장은 어린 최 씨의 신체를 살핀 후 권투선수로 훈련시켰다. 이후 최 씨는 용산 미8군 등에서 권투시합을 했고, 덩치 큰 선수가 최 씨의 돌주먹에 맞아 나뒹굴 때는 미군들이 기립해 환호하기도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최 씨는 혼혈인 심 씨와 영어로 대화를 했다. 최 씨는 현재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미국 시민권을 따서라도 북한 고향에 딱 한 번만이라도 가보고 싶다.’라는 최칠성 씨의 소원과 어머니가 누웠을 ‘해피밸리’ 그 자리의 흙을 한 움큼 쥔 심상호 씨의 모습에서 깊은 전쟁의 상처가 묻어난다.                                 이용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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